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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일

<같이가게> 2014년 8월호 - 내자땅콩





얼굴 있는 마을과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같이가게> 2014년 8월호

■ 8월의 같이가게 <내자땅콩>

기계로 대량 생산 된 과자에 익숙해진 시대에 여전히 옛 방식을 고집하며 흔히 '센베'라 불리는 전통과자를 지켜오고 있는 가게가 있습니다. 40년이 넘은 이 가게는 어린시절 그 맛을 잊지 못한 옛 손님이 동네를 떠났어도 다시 찾는 가게입니다. 교복을 입고 등하교하던 까까머리 학생은 어렵던 시절 비싸서 쉽게 입에 대지 못하던 전통과자를 성탄 선물로 받아 들고는 기뻐하며 고이고이 아껴두고 먹었을 것입니다. 그 맛을 잊지 못하는 지금은 머리 희끗희끗한 할아버지가 되어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다시금 이 가게를 들리곤 할 것입니다. 고소한 땅콩 향이 바삭바삭 익어가는 추억을 굽는 가게 <내자땅콩>을 소개합니다.

■ 50년 과자의 맛을 담은 네번째 같이가게 <내자땅콩>

“서른 즈음 상경했어. 농사짓다가 올라와서 기술이 없으니까 처남한테 배웠지. 영등포에 가게를 열었다가 안돼서 적선동 가게에 일을 다녔어. 그러다 인수받아서 내 가게가 된 거지. 그 땐 가게 뒤편 방에 살면서 장사했어. 금천교시장에 순댓국집이랑 양씨네 고깃간, 오성방앗간이 오래됐는데 우리 보다는 나중이야.”

내자호텔 맞은 편에 가게와 집을 겸한 작은 가게로 시작된 <내자땅콩>은 길이 확장되고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두 번이나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50년 전 자리도 가게 앞에서 보일 만큼 지척이다.

“단골손님이 많아. 옛날엔 다 동네 사람들이 사갔어. 지금은 이사 가서도 와서 사가고 그래. 과자 반죽은 기계를 쓰면 안돼. 손으로 반죽을 해야 제대로 된 과자가 만들어지지. 그래야 제 맛이 나고."

"과자가게는 한 여름에는 다 쉬지. 옛날엔 연탄을 쪼개서 불을 지피느라 힘들었어."

30년 사이, 인근에 있던 전통과자점은 모두 사라지고 지금 남은 곳은 <내자땅콩>이 유일하다고 한다. 뜨거운 불 앞에 앉아 일일이 손으로 과자를 구워내며 40년 세월을 한결같이 달려 온 노부부의 손길이 보이는 듯 가슴이 찡하다. 칠순을 넘기면서는 젊은 '기술자' 분이 대신 불 앞을 지키고 있다.

"70년대에는 350원이던 게 500원, 700원, 1000원으로 올랐는데 비싼 과자였지. 그래서 명절이나 성탄절 같을 때 선물로 사가느라 대목이기도 했지. 성탄절에는 사람들이 줄 서서 사가고 그랬어.”

노부부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과자를 구워내는 '가마'(오븐)는 반세기를 지나왔고, 어디서 사왔는지 기억 조차 희미한 저울은 40년 동안 설탕이며 밀가루며 과자 재료의 무게는 물론 다 구워진 과자의 무게도 재고 있다. 가게에서 직접 굽는 과자 반죽에 쓰이는 밀가루의 양만도 하루에 20Kg이다.

“남편이 9남매, 내가 10남매인데 나는 아들 하나만 낳고 살았어. 아들이 유통업계에 있다가 2년 전부터는 가업을 이어받는다고 남양주에서 과자공장을 하고 있어. 택배로 배달도 하고 크게 공장을 차렸는데 나는 멀다는 이유로 여태껏 한번도 못 가봤어. (웃음)”

가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반갑다. 몇 백 년된 가게들이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는 이웃나라 이야기가 부럽게 들렸던 탓이다. 개발과 유행이 아니라 오래된 멋스러움을 지켜내는 가게들이 오래도록 그 명맥을 이어갔으면 한다. 오랜 세월의 땀과 정성이 담긴 과자 맛도 일품이지만 아련한 추억까지 덤으로 같이 나눌 수 있으니 오래된 가게가 가진 진미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진행 서촌주거공간연구회 김동섭

● 영업시간 : 연중무휴 04:00 ~ 23:00
● 주요품목 : 땅콩과자(+파래맛), 생강과자, 땅콩, 아몬드, 호두, 젤리
● 전화번호 : 02) 730-7239

■ 같이가게 프로젝트는?

서촌을 걷다보면 길 따라 줄지어 선 가게들을 만나게 됩니다. 오래된 간판을 이고 있는 가게는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어느새 간판이 내려지는 가게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살아온 시간만큼 정직하게 문턱이 닳아있는 상점들. <같이가게>는 서촌의 기억을 품고 있는 가게들을 소개합니다. 이야기를 통해 기억을 더듬어 가며 서촌의 시간을 직접 들여다봅니다.
나눌수록 커지는 기억과 이야기의 힘이 있습니다. <같이가게>를 통해 반갑게 인사하는 이웃이 늘어나기를, 더 많은 이웃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1. 매달 한 개의 가게를 찾아가고 안내팸플릿을 제작합니다.
2. 제작된 팸플릿은 통인동커피공방을 비롯한 배포처와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온라인 카페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3. 이달의 같이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하시면 통인동커피공방에서 사용이 가능한 할인쿠폰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한정수량)
4. 가게의 선정과 인터뷰, 팸플릿 제작은 서촌주거공간연구회가 진행하며, 추천을 통해 주민들 모두가 가게를 제안하실 수 있습니다.
5. 2014년 11월가지 7개의 가게를 소개하고 1차 프로젝트를 종료할 예정입니다.

■ 프로젝트의 기획운영을 하고 있는 서촌주거공간연구회는
시간의 깊이와 삶의 향기가 조화로운 마을을 꿈꾸는 서촌 이웃들의 모임입니다. 골목텃밭, 골목청소를 비롯 <이상의 집> 지키기, 수성동 계곡 보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서촌의 기억을 기록하고 나누며 만남과 이어짐이 살아있는 서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후원협찬을 하고 있는 통인동커피공방은
2008년 통인동의 9.5평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로스팅을 하는 커피가게입니다. 6년여를 통인동의 정주민들에게 사랑받으며 함께 성장해 온 커피공방은 로컬의 정신을 커피 문화의 하나로 지향하고 있습니다. 2014년 3월 리뉴얼 한 에피소드3 블랙에센스는 통인동 118-3에 위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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