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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6일

<같이가게> 2014년 5월호 - 뽀빠이화원

얼굴 있는 마을과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같이가게> 2014년 5월호

■ 5월의 같이가게 <뽀빠이 화원>
철봉과 평행봉 위에서 자유자재인 한 친구에게 아이들은 동네 만화방의 영웅 캐릭터 '뽀빠이'라는 별명으로 불렀습니다. 순화병원 담장을 넘어들어가 공을 차고 인왕산 바위에서 미끄럼 타던 동네 아이. 철조망 넘어 인왕산에 올라 개복숭아, 머루 열매 따먹으며 짓궂게도 군부대 전선줄을 자르며 놀던 개구쟁이는 자라 어느덧 서촌에서 40년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뚝딱뚝딱 무엇이든 손으로 만들고 고치는 즐거움으로 시작한 <뽀빠이 제작센타>에서, 사랑과 기쁨을 나누는 꽃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뽀빠이 화원>까지 꼬박 30년. 서촌의 살아있는 역사로 숨쉬고 있는 가게, 꽃과 웃음으로 가득한 <뽀빠이 화원>을 소개합니다.

■ 첫 번째 같이가게의 사장님 가족을 만났어요!

북적이는 통인시장을 빠져나오면 풍경 한 켠으로 작은 화원이 보인다. 송용현, 김금순 부부가 30년 째 운여하고 있는 이름도 특이한 '뽀빠이 화원'이다. 최근 막내딸 송현경 씨도 일손을 함께 하며 서촌 꽃집아가씨로 동네 유명세를 타고 있다.

송용현 씨가 부모님 따라 상경해서 청운국민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때가 1971년 이니 서촌에서의 생활이 40년을 넘어가고 있다.

"그 때 옥인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는데, 남포(다이너마이트-편집자주)로 바위를 깨느라 구멍 뚫어서 폭탄 펑펑 터뜨리는 소리가 무지하게 컸어요. 그렇게 지으면서 와우아파트 넘어지는 바람에 또 다시 지었거든요."

1970년대 초, 서울 곳곳에 아파트를 지어 올리던 풍경이 서촌의 기억에도 남았다. 지금은 그 옥인시범아파트 조차 사라지고, 발파의 흔적이 드러난 채 수성동 계곡으로 복원됐다. 시간은 파도와 같다.

하지만 누상동과 옥인동에서 살며 평생 서촌을 떠나지 않은 부부에게 통인시장의 활기는 너무도 생생하다.

"통인시장 입구여서 다들 이리로 지나가니까, 집에 누워있으면 골목에 썰물 밀물 같이 똑딱똑딱 구두 발자국 소리가 엄청 시끄러웠던 게 기억에 남아요."

"어머니께서 야채장사를 하셨거든요. 지금 고기백화점 자리 앞에서 마늘, 양파, 감자를 다듬어서 팔았어요. 나물도 데쳐서 팔고, 한 번만 씻어서 먹을 수 있게 했어요. 지금은 반찬이 다 돼 있잖아요. 그 때는 가져가서 요리만 하면 되도록 다듬어서 팔았어요. 직장인들이 많아서 우리 어머니 파시는 걸 많이 좋아했지요."

<뽀빠이 화원>은 3대째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을 맴돌며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시장의 활기가 예전만 못해진 것은 길이 넓어지고 마을버스가 운행되면서 걸어다니는 사람이 줄어든 탓이라고 한다. 걸으며 얻는 것들을 차를 타며 잃은 것은 아닐까?

"배화 축제할 때 학생들이 장사하는 게 있었어요. 우리 꽃을 잔뜩 가져다가 팔았는데, 그 학생들이 지금도 꽃을 사러 와요."

시간이 지나도 추억으로 이어지는 관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이야기에 가게도 손님도 이웃으로 이어져야 기억될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우리 말고도 오래된 사람들 많이 있어요. 그 분들의 얘기 들어보면 여기 변천사 다 알거에요."

40년이 넘는 시간을 짧은 시간에 모두 담을 수는 없는 일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은 <뽀빠이 화원>에서 직접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뽀빠이 화원>의 남겨진 이야기는 여러분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같이가게는 다음 가게를 찾아 나선다.

- 인터뷰 진행 김한울(서촌주거공간연구회 사무국장)

● 영업시간 : 연중무휴 (설, 추석 당일 휴무) 08:00 ~ 20:00
● 주요품목 : 모종(상추, 고추, 토마토 250~500원, 딸기 1,000원), 어버이날, 스승의 날 화분 3,000~5,000원
이 외에도 다양한 화훼류와 화훼도구들 다룸
● 카드결제 가능, 외상불가, 근거리지역 배달 가능
● 전화번호 : 02)739-7284

■ 같이가게 프로젝트는?

서촌을 걷다보면 길 따라 줄지어 선 가게들을 만나게 됩니다. 오래된 간판을 이고 있는 가게는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어느새 간판이 내려지는 가게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살아온 시간만큼 정직하게 문턱이 닳아있는 상점들. <같이가게>는 서촌의 기억을 품고 있는 가게들을 소개합니다. 이야기를 통해 기억을 더듬어 가며 서촌의 시간을 직접 들여다봅니다.
나눌수록 커지는 기억과 이야기의 힘이 있습니다. <같이가게>를 통해 반갑게 인사하는 이웃이 늘어나기를, 더 많은 이웃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1. 매달 한 개의 가게를 찾아가고 안내팸플릿을 제작합니다.
2. 제작된 팸플릿은 통인동커피공방을 비롯한 배포처와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온라인 카페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3. 이달의 같이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하시면 통인동커피공방에서 사용이 가능한 할인쿠폰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한정수량)
4. 가게의 선정과 인터뷰, 팸플릿 제작은 서촌주거공간연구회가 진행하며, 추천을 통해 주민들 모두가 가게를 제안하실 수 있습니다.
5. 2014년 11월가지 7개의 가게를 소개하고 1차 프로젝트를 종료할 예정입니다.

■ 프로젝트의 기획운영을 하고 있는 서촌주거공간연구회는
시간의 깊이와 삶의 향기가 조화로운 마을을 꿈꾸는 서촌 이웃들의 모임입니다. 골목텃밭, 골목청소를 비롯 <이상의 집> 지키기, 수성동 계곡 보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서촌의 기억을 기록하고 나누며 만남과 이어짐이 살아있는 서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http://cafe.naver.com/sc110508

■ 후원협찬을 하고 있는 통인동커피공방은
2008년 통인동의 9.5평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로스팅을 하는 커피가게입니다. 6년여를 통인동의 정주민들에게 사랑받으며 함께 성장해 온 커피공방은 로컬의 정신을 커피 문화의 하나로 지향하고 있습니다. 2014년 3월 리뉴얼 한 에피소드3 블랙에센스는 통인동 118-3에 위치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coffeena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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