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14년 6월 12일

<같이가게> 2014년 6월호 - 옥인문구







얼굴 있는 마을과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같이가게> 2014년 6월호

■ 6월의 같이가게 <옥인문구>
10년 간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희왕 카드. 쿠키런 합체 딱지. 뽀로로 스티커. 그 시대의 초등학생 취향을 알려면 문구점으로 가는 게 정답입니다. 오만 잡동사니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 하지만 말만 하면 금세 찾아서 꺼내주는 놀라운 질서가 있는 곳. 어느샌가 동네 문구점이 하나씩 하나씩 모습을 감춰가는 가운데 여전히 오락기 앞에서 환호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문구점이 우리 곁에 남아있습니다.시장 앞 좌판이 즐비하던 좁은 골목길 다 쓰러져가는 세 평 짜리 가게가 도로 확장으로 헐렸어도 여전히 그 언저리를 지켜가며 아이에서 엄마로, 엄마에서 아이로 이어지는 방문에 미소짓는 가게. 서로 다른 이웃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우리 동네가 너무 좋다고 자랑하는 동네 문구점 <옥인문구>를 소개합니다.

■ 오락기와 뽑기의 추억이 살아있는 두 번째 같이가게, <옥인문구>

“원래 육촌 언니가 10년 넘게 하던 가게인데, 내가 인천 살 때 서울 놀러 와서 보니까 잘되더라고. 그래서 빈 말로 ‘안 할 거면 나한테 말해’라고 했더니 정말 1년 후에 언니가 안 한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하게 됐어요.”

농담처럼 던진 한 마디가 인연이 되어 서촌에 자리를 잡은 때가 1994년. 조해순 사장님의 육촌 언니가 10년 넘게 운영하던 가게를 물려받았으니 옥인문구도 서른 살이 넘었다.

처음 문을 연 옥인문구를 드나들던 초등학생이 그 나이만 한 아이를 데리고 올 때가 됐다.

“애들이 애들을 데리고 오더라고. 시집가서. 저 멀리 살다가 와서 아이한테 자기 단골가게 였다고 알려줘. 나도 기억이 나. 애들이 커도 하도 매냥 다녔으니까 내가 기억을 해”

어느새 그 얼굴이 떠올랐는지 옥인문구 채명석 사장님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한 번은 장난감 총을 쏴보겠다고 해서 쥐어줬는데, 다른 손님과 이야기 하는 사이에 없어진 거야. 문 잠그고 학교 앞으로 쫓아가보니 나타나더라고. 혼내서 보내달라고 파출소에 데려다주고 왔지.”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반성문 한 장을 꺼내 보여 주신다.

“반성문을 쓰거나 부모님이나 학교에 알리거나 선택하라고 하면 반성문을 써요.”

세상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과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동네 문구점에서도 배워가고 있는 셈이다.

“전에는 주위에 문방구가 많았어요. 그런데 하나씩 없어지더니 이제 여기 하나 남았어요. 5 ~ 6년 전에 ‘학습 준비물 없는 학교’가 되면서 준비물을 안사도 되니까 장사가 안 되는 거예요. 지금은 거의 없어요. 그래도 여기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뉴스를 찾아보니 전국의 문구점 수가 1999년 2만 7천개에서 2011년에 만 6천 개로 줄어들었다. 서울에서는 절반이 사라졌다. 학교에서 준비물을 입찰로 사들이면서, 동네 문구점의 자리를 대형 문구업체가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펜 하나라도 사려면 버스를 타고 경복궁역까지 나와야 한다는 부암동 이웃의 이야기가 피부로 와 닿았다.

“아이들도 착해요. 왕따도 없는 것 같고. 맹학교 농학교도 다 같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 아이들 봐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요. 정말 자연스럽게 섞여서 살고 있어요. 그게 너무 좋아요. 엄마들도 너무 좋대요. 우리도 처음에 와서는 말 못하는 사람, 못 보는 사람이 많아서 놀랐는데, 지금 아무렇지도 않아요. 보통 사람들하고 똑같아요.”

서로 다른 것을 경계삼지 않고 오히려 어울릴 수 있는 지혜로 만들어내는 것. 자연스럽게 서로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우게 되는 동네. 바로 곁에 있는 맹학교와 농학교에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진행 서촌주거공간연구회(인터뷰 정지은 / 정리 김한울)

● 영업시간 : 연중무휴(임시휴무 있음) 07:30 ~ 21:00
● 주요품목 : 각종 펜, 수정액, 연습장, 수첩. 글라이더. 우표. 코팅. 복사.
          유희왕 카드 500원 1000원 세트 8,000원
● 카드결재 가능(카드결재 단말기는 있음). 사무용품 있음.
● 전화번호 : 02)737-3360

■ 같이가게 프로젝트는?

서촌을 걷다보면 길 따라 줄지어 선 가게들을 만나게 됩니다. 오래된 간판을 이고 있는 가게는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어느새 간판이 내려지는 가게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살아온 시간만큼 정직하게 문턱이 닳아있는 상점들. <같이가게>는 서촌의 기억을 품고 있는 가게들을 소개합니다. 이야기를 통해 기억을 더듬어 가며 서촌의 시간을 직접 들여다봅니다.
나눌수록 커지는 기억과 이야기의 힘이 있습니다. <같이가게>를 통해 반갑게 인사하는 이웃이 늘어나기를, 더 많은 이웃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1. 매달 한 개의 가게를 찾아가고 안내팸플릿을 제작합니다.
2. 제작된 팸플릿은 통인동커피공방을 비롯한 배포처와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온라인 카페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3. 이달의 같이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하시면 통인동커피공방에서 사용이 가능한 할인쿠폰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한정수량)
4. 가게의 선정과 인터뷰, 팸플릿 제작은 서촌주거공간연구회가 진행하며, 추천을 통해 주민들 모두가 가게를 제안하실 수 있습니다.
5. 2014년 11월가지 7개의 가게를 소개하고 1차 프로젝트를 종료할 예정입니다.

■ 프로젝트의 기획운영을 하고 있는 서촌주거공간연구회는
시간의 깊이와 삶의 향기가 조화로운 마을을 꿈꾸는 서촌 이웃들의 모임입니다. 골목텃밭, 골목청소를 비롯 <이상의 집> 지키기, 수성동 계곡 보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서촌의 기억을 기록하고 나누며 만남과 이어짐이 살아있는 서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http://cafe.naver.com/sc110508

■ 후원협찬을 하고 있는 통인동커피공방은
2008년 통인동의 9.5평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로스팅을 하는 커피가게입니다. 6년여를 통인동의 정주민들에게 사랑받으며 함께 성장해 온 커피공방은 로컬의 정신을 커피 문화의 하나로 지향하고 있습니다. 2014년 3월 리뉴얼 한 에피소드3 블랙에센스는 통인동 118-3에 위치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coffeenalda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