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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2일

서촌의 역사와 이야기가 두껍게 쌓인 '누하동 오거리'를 소개합니다.

누하동 오거리는 조선시대 누상동과 누하동이 나뉘기 전의 이름인 누각동의 작은 동네 이름 중 하나인 오거리(五巨里)에서 유래합니다. 통인동의 오거리슈퍼의 이름도 여기에서 나온 것이죠. 오거리는 지금에도 체부동, 누하동, 필운동, 통인동이 만나고 이어지는 곳입니다. 서촌의 여러 동네가 서촌 안에서 하나로 모이고 또 흩어지는 중요한 곳인 셈이죠.

20세기 초에는 이상과 구본웅이 서로의 집을 오가며 지나쳤을 오거리이고, 일제시대에는 청전 이상범 화백과 그 제자들이 청전화숙을 가기 위해 늘 지나야만 했던 오거리였습니다. '그 제자들' 중에는 박노수 화백도 포함되어 있지요.

시인 노천명이 살았고 이화 동기였던 모윤숙과 김수임도 친구의 집을 오가려면 오거리를 지나야 했겠죠. 청전화숙 맞은편에서 살던 천경자 화백은 오거리에서 노천명을 만나 인사나누기도 했습니다. 천경자 화백은 홀로 살며 그림에만 몰두하는 동료작가 이봉상 화백의 끼니를 챙겨주느라 또한 오거리를 바쁘게 오갔습니다.

20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어떨까요. 떡이라면 누각동 떡이 으뜸이라 했으니 떡을 머리에 이고 오거리를 오가던 동네 사람들이 없었을 리 없겠지요.
- 임하필기 32권 순일편(旬一編)

동그랗다고 동그래쌈지, 병부족같다고 병부쌈지, 손에 쥔다고 쥘쌈지, 노끈쌈지 부르는 비빔쌈지, 종류도 다양한 누각동 쌈지는 소문난 명물이었으니 저마다 쌈지를 찾는 손님을 따라 갖은 모양의 쌈지들도 분주히 오거리를 지나쳤을 겁니다.
- 동아일보 1924년 8월 7일자 <내동리 명물>

체부동에 술 좋아하는 김봉사도, 바둑 좋아하는 누각동 김첨지도, 그 뒷집 거문고 좋아하는 이만호도 다들 사람 좋아하는 이들이었으니 오거리를 오가며 서로 만나고 인사하며 지내지 않았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18세기의 누각동 풍경입니다.
- 연암집 제8권 별집 방경각외전(放璚閣外傳) 중 김신선전(金神仙傳) 내용 중

지도를 놓고 찾아보면 생각 보다 오거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일부러 만든 길은 사거리나 삼거리가 보통이죠. 다섯 골목이 모여 동네와 동네 바깥을 이어주던 오거리는 서촌의 역사와 이야기들이 함께 모이고 스미던 곳이자 지금도 그 오거리를 지나며 이웃들이 만나고 인사나누며 삶의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서촌의 숨결과도 같은 셈이지요.

서촌주거공간연구회에서는 이렇게 동네의 자랑거리로 누하동 오거리를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진행하고 있는 문화유산보존 캠페인 <나의사랑 문화유산>을 통해 오거리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보존 캠페인 <나의사랑 문화유산> 

8월 24일 토요일 오후 4시, 서촌의 시간이 생생하게 살아 흐르는 누하동 오거리에서 함께 사진도 찍고 짤막한 답사도 이어집니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오거리에서 만나요~


http://cafe.naver.com/sc110508/1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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