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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9일

<같이가게> 2014년 9월호 - 까망머리방






얼굴 있는 마을과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같이가게> 2014년 9월호

■ 9월의 같이가게 <까망머리방>

어느 동네를 가든 가장 시끌벅적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동네미용실입니다. 남 뒷담화부터,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들까지 쏟아내는 어머니들의 거침없는 입담으로 가득한 곳. 나중엔 머리를 하러 온 건지 얘기를 하러 온 건지 그 주객이 전도되는 곳. 서촌에도 물론 그런 미용실이 있습니다. 13년째 수많은 어머니들의 머리를 만지고 그녀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져주었던 서촌의 작은 사랑방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까망머리방입니다.

■ 서촌 어미니들의 사랑방, 다섯번째 같이가게 <까망머리방>

“학교 졸업하고, 스무 살 때 미용기술을 배웠어요. 그러다가 스물 다섯 살 때 이 동네를 처음 왔는데, 그때는 체부동에 마샬미용실이라고 있었어요. 거기서 미용사로 일했지요. 거기 단골손님이었던 지금 시어머니랑 형님이 우리 애 아빠를 소개시켜줬어요. 그리고 결혼하고 2002년 3월에 이걸 차린 거지”

까망머리방의 시작은 영화 속 이야기 같다. 스물다섯 처녀가 미용기술을 배워 상경하고, 그 미용실에서 평생을 함께 할 남편의 누나와 그 어머니를 만났다니 말이다.

“여기가 수십 년째 이발소랑 미용실만 있는 자리에요. 창성이발관부터, 조은주미용실, 그리고 내가 왔을 땐 김도현미용실이 있었어요. 이 자리가 그냥 이거 할 자리인가봐”

그럴 법도 하다. 통인시장에서 주택가로 통하는 동네골목 한 갈림길에 있는 이 터는, 긴 세월, 장 보러 나온 어머니들의 수많은 발길을 붙잡았으리라.

“첫째 이름이 하얀이에요. 한글 이름이지요. 그런데 친척들이 이 다음에 니네 엄마 가게 차리면 니가 하얀이니까 까망이로 하면 되겠다고 우스갯소리로 한 게 지금 까망머리방이 되었죠”

까망머리방엔 세 개의 손님자리가 있는데, 가장 왼쪽자리는 사장님 전용 자리란다. 그리고 그 자리는 까망머리방 이름의 유래가 된 하얀이 사진부터, 가족들의 사진과 편지로 빼곡하다. 

“주로 오는 손님은 할머니들, 아주머니들이에요. 그런데 애기들도 가끔 와요. 그럴 땐 개미얘기를 해주죠. 내가 지어낸 건데, 머리를 깎으면 바닥에 머리카락이 까맣게 떨어지잖아요. 그러면, “저기, 개미있다! 개미 찾아봐!” 하면 애들은 정말 개미를 찾아요. “바닥에 있는 개미가 올라와서 애기 깨물기 전에 얼른 깎자” 라고 하면 장난꾸러기도 금새 얌전해지죠”

이 뿐만 아니라, 미용실 의자에만 앉으면 울음보를 터뜨리는 녀석들도 희한하게 사장님 손길만 닿으면 잠이 들더란다. 아이들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넘는다.

“아줌마들은 집안얘기를 많이 해요. 좋은 얘기할 때는 좋지만, 안 좋은 얘기할 때는 정말 힘들어요. 몸으로 느끼잖아요. 그 집의 어려운 이야기를 들으면 며칠 안 잊혀져요. 그 사람을 보면 그 말이 계속 생각나거든요.”

사람은 하루에 평균 약 0.5mm씩 머리가 자란다고 한다. 김예숙 사장님의 이 말씀을 듣고, 한 사람의 머리를 깎는다는 건, 그 사람이 그간 지나온 시간들을 함께 거슬러 올라가는 일임을 느낀다. 손님들의 아픈 시간들을 함께 아파해주고, 행복한 순간들에 함께 기뻐했던 까망머리방. 참 따뜻하다. 그리고 다행이다. 이런 가게가 이 동네에 있어줘서. 

진행 진광혁 정지은(서촌주거공간연구회 회원, 몽키비즈니스 대표)

● 영업시간 : 오전 9시 반 ~ 오후 9시 (손님이 급하시면 더 빨리 열 수도 있음)
● 주요시술 : 학생커트 8000원, 일반커트 10000원, 파마 25000원부터
● 주소 : 종로구 옥인동 107번지. 주차 불가

■ 같이가게 프로젝트는?

서촌을 걷다보면 길 따라 줄지어 선 가게들을 만나게 됩니다. 오래된 간판을 이고 있는 가게는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어느새 간판이 내려지는 가게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살아온 시간만큼 정직하게 문턱이 닳아있는 상점들. <같이가게>는 서촌의 기억을 품고 있는 가게들을 소개합니다. 이야기를 통해 기억을 더듬어 가며 서촌의 시간을 직접 들여다봅니다.
나눌수록 커지는 기억과 이야기의 힘이 있습니다. <같이가게>를 통해 반갑게 인사하는 이웃이 늘어나기를, 더 많은 이웃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1. 매달 한 개의 가게를 찾아가고 안내팸플릿을 제작합니다.
2. 제작된 팸플릿은 통인동커피공방을 비롯한 배포처와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온라인 카페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3. 이달의 같이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하시면 통인동커피공방에서 사용이 가능한 할인쿠폰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한정수량)
4. 가게의 선정과 인터뷰, 팸플릿 제작은 서촌주거공간연구회가 진행하며, 추천을 통해 주민들 모두가 가게를 제안하실 수 있습니다.
5. 2014년 11월가지 7개의 가게를 소개하고 1차 프로젝트를 종료할 예정입니다.

■ 프로젝트의 기획운영을 하고 있는 서촌주거공간연구회는
시간의 깊이와 삶의 향기가 조화로운 마을을 꿈꾸는 서촌 이웃들의 모임입니다. 골목텃밭, 골목청소를 비롯 <이상의 집> 지키기, 수성동 계곡 보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서촌의 기억을 기록하고 나누며 만남과 이어짐이 살아있는 서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후원협찬을 하고 있는 통인동커피공방은
2008년 통인동의 9.5평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로스팅을 하는 커피가게입니다. 6년여를 통인동의 정주민들에게 사랑받으며 함께 성장해 온 커피공방은 로컬의 정신을 커피 문화의 하나로 지향하고 있습니다. 2014년 3월 리뉴얼 한 에피소드3 블랙에센스는 통인동 118-3에 위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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