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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5일

<같이가게> 2014년 7월호 - 오거리 청용건재







얼굴 있는 마을과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같이가게> 2014년 7월호

■ 7월의 같이가게 <오거리 청용건재>

아기자기한 동네 경치에 눈이 팔려 서촌길을 걷다 보면 뜬금없이 등장하는 가게 하나가 있습니다. 그 곳에 가면 어디선가 한번쯤은 봤던, 그런데 어디에 쓰이는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그 사이로 고개를 조금만 들어 작은 간판을 보면 그 물건들의 정체를 짐작하게 됩니다. 건재. 우리가 사는 집을 짓고 고치는 데 쓰이는 재료들을 파는 곳.
하나같이 사소해 보이는 물건들이지만 내 집 속 어딘가에는 꼭 있어야 하는 소중한 물건들을 파는 곳.

하나같이 사소해 보이는 물건들이지만 내 집 속 어딘가에는 꼭 있어야 하는 소중한 물건들을 파는 곳. <오거리 청용건재>를 소개합니다.

■ 서촌의 변화와 함께 해온 세번째 같이가게 <오거리 청용건재>

"정신없이 앞만 보며 살았지. 통인시장 앞에서 과일 노점도 하고, 분식점, 연구실 주방장 안 해 본 게 없어. 그러다가 현대건설 다니던 애아빠랑 덤프차1대, 지게차1대로 건재상 시작한거야. 간판도 샌드위치판넬에 그냥 글을 썼어. 그러면 그게 그냥 간판 됐던 때야"

그 샌드위치판넬로 만든 전설의 간판은 모래와 벽돌을 쌓아놓은 곳에 흔적이 남아있다. 1993년, 청용건재가 문을 열 당시의 역사인 것이다.

"옛날에 한창 빌라 많이 들어설 땐 오토바이 리어카에 모래를 싣고 이동네 뿐만 아니고 광화문이나 북창동까지 내가 혼자 배달했어. 지금 생각하면 어째 그렇게 열심히 살 수 있었을까 싶다니까"

아주머니는 지금도 가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나가시는데 요즘은 그 다음날이면 그 전날 오토바이를 어디에 세워뒀는지 깜빡하시는 나이가 됐다는 말씀을 덧붙이며 쑥쓰러워하신다

"고생 많이 했어. 가게 문 열고 5년 있다가 아저씨가 돌아가셨거든. 그 후로는 아들이 물려받아서 하고 있지. 아들이 일사천리로 해나가더라고. 그래서 성공했지."

아버지 가업을 물려받은 이제 갓 마흔이 된 아들은 엄마 자랑이 쑥쓰러운지 괜히 바쁜척이다.

"내가 처녀 때 친정엄마랑 구멍가게도 이 동네에서 했었어. 자하문 터널 위에 청운각이라는 요정이 있었거든. 가게는 청운초등학교 앞이었어. 그 때 오후 4시쯤이 되면 음료수랑 빵을 먹으러 사람들이 들어와. 청운각 밴드들. 호기심에 고개를 빼고 보면 길거리에 난쟁이만한 일본인들이 늘씬한 한국여자들 꿰어차고 다녔어. 그게 어린나이엔 신기했지"

1970-80년대 대원각, 삼청각과 더불어 3대 요정으로 꼽히던 청운각. 지금은 사라졌지만 우리나라의 3대 요정이 우리 동네에 있었다고 하니 어스름한 저녁이면 번잡했을 동네의 골목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인터뷰 도중 '해바라기'라는 것을 찾는 손님이 오셨었다. 주렁주렁 달린 것들 사이에서 능숙하게 물건을 내어 주고 설명까지 덧붙이는 아주머니.

"저렇게 내 놓고 팔고 그러면 동네 사람들이 부삽이고 쓰레받기고 빗자루가 가끔 집어가. 집어 갈거 있음 집어가소. 나는 남는거 팔면 돼."

사장님 특유의 시원한 웃음으로 내뱉은 이 정겨운 한마디. 우리가 서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이 사장님의 한마디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 진행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진광혁

● 영업 시간: 오전 7시 ~ 오후 7시 - 일요일 휴무
● 주요 품목: 시멘트(소량 판매 포함), 벽돌, 선라이트 등 집 짓고 고치는데 필요한 건재 일체
● 카드결제 가능. 외상불가.
● 전화번호 : 02) 720-4840

■ 같이가게 프로젝트는?

서촌을 걷다보면 길 따라 줄지어 선 가게들을 만나게 됩니다. 오래된 간판을 이고 있는 가게는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어느새 간판이 내려지는 가게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살아온 시간만큼 정직하게 문턱이 닳아있는 상점들. <같이가게>는 서촌의 기억을 품고 있는 가게들을 소개합니다. 이야기를 통해 기억을 더듬어 가며 서촌의 시간을 직접 들여다봅니다.
나눌수록 커지는 기억과 이야기의 힘이 있습니다. <같이가게>를 통해 반갑게 인사하는 이웃이 늘어나기를, 더 많은 이웃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1. 매달 한 개의 가게를 찾아가고 안내팸플릿을 제작합니다.
2. 제작된 팸플릿은 통인동커피공방을 비롯한 배포처와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온라인 카페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3. 이달의 같이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하시면 통인동커피공방에서 사용이 가능한 할인쿠폰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한정수량)
4. 가게의 선정과 인터뷰, 팸플릿 제작은 서촌주거공간연구회가 진행하며, 추천을 통해 주민들 모두가 가게를 제안하실 수 있습니다.
5. 2014년 11월가지 7개의 가게를 소개하고 1차 프로젝트를 종료할 예정입니다.

■ 프로젝트의 기획운영을 하고 있는 서촌주거공간연구회는
시간의 깊이와 삶의 향기가 조화로운 마을을 꿈꾸는 서촌 이웃들의 모임입니다. 골목텃밭, 골목청소를 비롯 <이상의 집> 지키기, 수성동 계곡 보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서촌의 기억을 기록하고 나누며 만남과 이어짐이 살아있는 서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http://cafe.naver.com/sc110508

■ 후원협찬을 하고 있는 통인동커피공방은
2008년 통인동의 9.5평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로스팅을 하는 커피가게입니다. 6년여를 통인동의 정주민들에게 사랑받으며 함께 성장해 온 커피공방은 로컬의 정신을 커피 문화의 하나로 지향하고 있습니다. 2014년 3월 리뉴얼 한 에피소드3 블랙에센스는 통인동 118-3에 위치해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coffeena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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