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한옥보존정책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한옥 보존 지구로 지정된 서촌에는 그로부터 한옥에 관심있는 젊은 세입자부터 내집마련의 꿈을 아파트가 아닌 한옥으로 꾸기 시작한 분들, 근대 한옥에서 더 이상의 진화가 정체된 낡은 집을 현대식 한옥으로 고쳐서 한옥 생활을 이어가고자 하는 서촌의 토박이 등등 많은 분들이 한옥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습니다. 그 와중에 먼저 벽을 헐고 대수선에 손을 걷어부친 분도, 일단 철거부터 하고 진행을 하려다가 예상치 못한 일들에 부딪쳐 진퇴양난의 곤혹스런 경험을 겪어야 했던 분도 있었습니다.
한 번의 인생에서 집을 짓는 경험은 단 한 번 있을까말까한 소중한 경험이자 집안의 큰 행사가 되는 일입니다. 그런 탓에 집을 지어 본 경험을 가지고 집을 짓는 경우는 극히 희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집을 짓는 일은 인생에 단 한 번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지만, 집에 관련된 다양한 지식들이 책과 말 속이 아니라 현장의 흙바닥 위에서 직접 만져지고 부딪쳐지는 고되고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아파트 분양이 일반화 하기 전까지 주택의 대량공급은 보통 한옥 대량 신축이었습니다. 보문동의 경우는 마지막으로 공급된 한옥단지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그만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가옥이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21세기인 지금에 와서 한옥은 가장 비싸고 어려운 집이 되었습니다. 한옥 수요가 줄어든 사이 한옥 짓는 일손들은 줄어들어 희소해졌는데 갑자기 수요가 폭증한 탓도 있겠지만, 집을 지어보신 분들의 경험을 꿰어보자면 적지 않은 부분 관심과 돈이 집중되는 시기를 타고 한옥 시장에 거품이 생긴 것은 아닌가 우려하게 됩니다.
유명 건축가든 도편수든, (속칭)허가방이든 동네 집수리 업분들이든 한옥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이들은 여러 집들을 거치며 경험을 축적하며 공사를 진행하는 반면 그렇게 지어진 집에서 어쩌면 평생을 살아야 하는 자가한옥 건축주들은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긴 시간 동안 노력을 들여 한옥을 공부하지 않으면 그 집에 사는 동안 내내 후회되는 결정을 내리게 되기도 하고 지어진 집의 가치에 비해 터무니 없이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지나쳐버리게 되기도 합니다.
그간 서촌주거공간연구회를 통해 한옥을 지어 본 분, 한옥을 지을 예정인 분, 한옥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계신 분들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적인 일일 수 밖에 없는 탓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손과 지혜를 모으는 데에까지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부쩍 늘어난 서촌의 한옥 신축 현장들과 많은 실거주 건축주 분들의 고충을 보았을 때, 한옥 실거주 건축주들의 교류를 통해 서로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 더 나은 집을 짓거나 수리하여 살 수 있는 계기를 만들 필요성이 어느 때 보다도 높아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옥 공사를 준비하고 계신 분들께는 당장 참고가 되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시공자가 설계자의 입장이 아니라 이미 경험한 분들의 입장을 통해서 듣고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하며, 이미 한옥을 지은 분들은 앞으로 유지보수에 필요한 품을 새로 짓거나 수리하는 분들과 함께 보태고 나누며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지난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정기모임을 통해 첫 모임을 조금 서둘러 잡았습니다. 그동안 서주연 활동에 참여한 적 없는 분들이라도 취지에 공감하신다면 참석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때_ 2월 16일 일요일 오후 4시
- 곳_ 효자동 레써피 - 창성동 98-17 / 자하문로14길 8-2
죄송한 말씀이지만, 서촌 지역에서 설계 혹은 시공을 하고 계시거나 하실 예정인 분들께는 다른 기회에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한옥 신축 혹은 수리를 고민하고 있는 건축주의 대화로 먼저 진행될 예정이고, 설계 시공을 하시는 분들과의 자리는 본 모임에서의 논의를 통해 준비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그럼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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