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가 오랜 시간 여러 동명 중 하나인 '효자동'으로만 불리워오다가 자연스럽게 서촌이라는 옛 이름으로 다시 불리기 시작한 지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하지만 2010년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지역 주민들이 추진하던 '서촌가꾸기회'의 이름을 '세종마을가꾸기회'로 갑작스럽게 변경토록 한 이후로 서촌이라는 이름이 '역사적 근거가 없다', '서쪽은 해가 지는 방위이기 때문에 좋지 않은 의미이다' 등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서촌주거공간연구회에 '세종마을주거공간연구회'로 명칭을 바꾸라고 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세종이라는 이름이 사람들과 좀 더 친근해지기를 바랐던 것일까요, 어느 역사 사료에도 나오지 않는 '세종마을'이라는 이름은 결국 '세종'을 저잣거리에 붙는 이름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에는 종로구청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종로구 지명위원회를 개최하여 '서촌'이라는 이름은 역사적 근거가 없으므로 '상촌' 혹은 '세종마을'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의결했다고 합니다.
경복궁 서쪽 ‘서촌’ 아니고 '상촌' 또는 '세종마을' 옳다!, 아시아경제(2013.8.13.)
누구도 지정하거나 그렇게 부르라고 하지 않았지만 너나 없이 부르기 시작한 이름 '서촌'. 설령 구청의 주장대로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곳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 애정을 담아 부르는 이름을 누구도 금지하거나 다른 이름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을 공유하는 분들이 서촌 안팎으로 많이 계십니다.
하물며 역사 사료에도 분명히 나와있는 '서촌'이라는 이름을 오히려 아무 근거 없이 '역사적 근거가 없다'며 '세종마을'을 강요하는 구청으로 인해 불만을 토로하거나 심지어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는 분들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근자에 들리는 말에 의하면 심지어 '서촌'이 일본식 명칭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을 호도하고 역사를 비트는 일도 이 정도면 도를 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일 오후 5시, tbsTV <예민수의 시시각각>에서 종로구 지명위원회 위원인 한국땅이름학회 이홍환 이사와 서촌주거공간연구회 김한울 사무국장이 패널로 우리 동네 이름을 둘러싼 사실 관계와 논점들을 살펴 볼 예정입니다. 1:1 TV 토론입니다. 부족하더라도 시간과 조건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충실히 뜻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http://cafe.naver.com/sc110508/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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